행동, 버그

2019-08-18 작성한 노트에서 발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물리법칙들과 같은 어떤 규칙들에 기반하고 있다. 이 규칙들을 관리하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칙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미처 처리하지 못한 예외 상황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가만히 있다가 위로 점프를 했더니 갑자기 바닥에서 튕겨져 나와서 몸 반쪽이 천장에 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가 만들어놓고 관리하고 있는 규칙들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관리자들이 충분히 꼼꼼하게 규칙을 정비해놓지 않았다면 어제는 멀쩡히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가도 오늘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든지, 특정 위치에 갔더니 한참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의 이야기가 들린다든지, 몸의 일부가 바닥에 끼어 움직이지 못한다든지, 이런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일들을 오류, 혹은 버그라고 부르도록 하자. 버그들의 이유를 분석해보면 지정해둔 규칙을 따랐기 때문이겠지만, 규칙을 따르는 것은 규칙을 만든 사람의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것과 별개의 이야기다. 사소한 버그들은 사용자를 잠시 혼란스럽게 하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어떤 버그는 사용자에게 관리자의 권한을 부여 해버리거나 사용자의 정보들을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뜨리거나, 어쩌면 도시 전체를 마비시켜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크고 작은 버그들이 발견될 것이고, 어떤 도시에서는 이런 버그들이 빠르게 관리될 것이다. 어떤 도시는 특정 버그로 기억될 것이고, 나라마다 법규가 다르듯이 이런 버그들은 도시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버그를 통해 도시와 상호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