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레잇에서의 4년 4개월과 그 후 (3)
2025. 02. 01.
제너레잇에서의 4년 4개월의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영혼까지 끌어다 쓴 휴학이 바닥나서 이제는 정말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3. 눈 앞에 닥친 졸업¶
어찌저찌 흘러가면서 살다 보니 대학 입학을 2012년에 해놓고 아직도 졸업을 못 했다. 나도 입학하면서는 지도교수님이 나보다 먼저 학교를 떠나실 줄은, 그리고 내가 띠동갑을 넘어선 학부생들과 같이 학교를 다닐 줄은 몰랐지... 20대부터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들은 원없이 하면서 살았던것 같다. 건축학과로 들어가서 영상매체예술 연합전공에 컴공 부전공까지 진입하고 수업도 꽉꽉 채워서 들었는데, 방금 확인해보니 이수학점이 222학점이다. 거기에 가사휴학에 창업휴학까지 끌어다 쓰면서 업계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다양하게 경험해보았다. 이제 딴짓은 이 정도로 충분하고 졸업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졸업을 위해서 졸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 학기에는 건축학과 졸업 전시가 있다. 8년째 개발을 하면서 서비스 아키텍쳐 다이어그램을 그리고 프로그램은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제 건축적인 다이어그램을 그리고 프로그램을 계획해야 한다니. 지금은 어떻게 해야 경력 단절도 피하고 무사히 졸업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아주-아주-아주- 많다.
제너레잇에서 일하면서 건물 매스와 그 안에 들어가는 세대의 도면을 생성하는 설계 엔진을 만들었으니 이 주제를 그대로 졸전에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이건 별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 우선 돌아가는 서비스를 직접 구독하여 사용하기에는 각종 법규 및 건물 유형이 미국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걸리고, 만들던 엔진을 졸전에 맞게 다시 구현해서 사용하기에는 그간 제너레잇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외부에 노출하는 꼴이 되므로 선택지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지금은 게임과 같은 방식을 통해 체험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고 있다. 이전 글들에서도 썼듯이, 공간이 사람들의 경험을 매개하는 플랫폼이고 공간과 경험을 디자인하고 이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건축가가 하는 일이라면, 가상 공간의 디자인도 건축의 영역에서 다루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앞선 표현에서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만들고자 하는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 - 전통적인 건축의 다이어그램과 도면에 대응되는 - 에 대해 더 고민해볼 생각을 하고 있다. 아마 결과물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어플리케이션과 여기에 붙어있는 서버 및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졸전을 풀어가도 될지는 실제 수업을 들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은 유니티 공부를 새로 시작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