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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잇에서의 4년 4개월과 그 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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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2. 01.

제너레잇에서의 4년 4개월의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영혼까지 끌어다 쓴 휴학이 바닥나서 이제는 정말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2. 건축 설계 자동화에 대하여

제너레잇은 건축 설계 자동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다. 바로 이 점이 업무 난이도를 드라마틱하게 높였는데, 유사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회사들을 찾기 어려워서 뭘 하려고 해도 참고할만한 자료 없이 바닥부터 쌓아나가야 했고, 열심히 서비스의 스펙을 정하고 기술 스택을 정해도 같이 만들어나갈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건축 설계 자동화를 다루는 모든 회사들이 비슷하게 겪고 있는 문제인데, 그래서 세계 곳곳에 있는 한 줌 정도 되는 다른 회사에서 만든 서비스를 사용해보면 제공하는 기능이 전부 제각각이다. 어디는 큰 규모의 건물만, 어디는 작은 건물만 생성해주고, 어디는 실시간으로 설계안을 만들어 주지만 다양한 안을 보여주지는 않고, 어디는 조건 입력 후 설계안 생성에 몇 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땅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그럴듯한 건물을 수십, 수백 가지를 만들어준다.

건물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이를 어떤 자료구조를 활용하여 표현할 것이며, 이 표현 방법으로는 건물의 어떤 디테일들을 표현할 수 있는지/없는지 고민하는 것, 그리고 도형 정보들로 가득한 건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저장, 처리할 수 있는지 방법을 고안하는 것. 이것이 건축 설계 자동화 분야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에 경계없는 작업실에서 우연히 이 분야를 접한 뒤로 어쩌다 보니 (중간에 방황을 조금 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관련된 서비스를 만들어 왔는데, 아직 더 연구해볼만한, 시도해볼만한 것들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건축과 엮여있는 분야다 보니 관련 연구 및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건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자료구조(특히 도형과 연관된)를 중심으로 한 개발의 여러 영역의 지식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이런 조건에 맞는 사람을 개발자들 중에서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발자들 중에서 도형 정보를 다뤄본 개발자를 찾으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풀이 확 줄어들고, 그 중에서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찾으려 하면... 정말 한 줌 정도 남는다. 그럼 건축가들 중에서 개발하는 사람들을 찾는다면? 요즘에는 이런 분들이 조금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분들을 찾는 것은 건초에서 바늘을 찾는 수준으로 어렵다. 조금 딴소리인데, 개발을 할 줄 아는 건축가들은 보통 스스로를 컴퓨테이셔널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그런데 리크루팅을 하면서 보니까 도대체 저 단어만으로는 이 사람이 지금까지 무슨 작업을 해왔고 어떤 기술을 다룰 줄 아는지 전혀 알 수 없더라. 그래서 나는 이 단어를 매우 싫어한다.

건축 설계 자동화를 진지하게 다루는 사람들을 더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도 계속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아마 앞으로도 계속 찾아다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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