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레잇에서의 4년 4개월과 그 후 (1)
2025. 02. 01.
제너레잇에서의 4년 4개월의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영혼까지 끌어다 쓴 휴학이 바닥나서 이제는 정말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1. 스타트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에 대하여¶
제너레잇에 아직 제너레잇이라는 이름이 없던, 기숙사 건물을 여러 실들로 쪼개는 리서치를 하던 작은 팀이었을 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제너레잇과의 인연은 6년이 조금 넘는다. 2019년 1월에 CTO님께서 내가 가진 스킬셋이 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잘 맞을것 같다고 하시면서 연락을 주셨고, 이를 계기로 건물을 쪼개는 수 만 가지 방식을 어떻게 구조화해서 DB에 넣을지, 이 정보를 어떻게 그래스호퍼로 시각화할지 같은 것을 고민하고 구현했던 기억이 있다. 1년 정도 뒤 이 리서치 프로젝트의 아이디어가 점점 디벨롭 되면서 이 팀은 스타트업이 되었고, 나는 2020년 9월에 게임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제너레잇에 합류했다.
스타트업의 '스'자도 모르는 상태로 합류하고 나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이 성장했다. 내 주된 역할은 설계 엔진 개발을 포함한 서비스 뒷단과 연관된 각종 기능들을 개발하고 유지보수 하는 것이었는데,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매번 다르게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필요한 기술 스택을 정하고, 때로는 새로 배워야 하는 기술들을 찾아서 공부하고, 그렇게 공부한 것의 완성도를 어디까지 끌어올려야 할지, 그래서 언제까지 서비스가 돌아가도록 할 것인지 정해서 다른 팀원들에게 작업을 분배하고 서비스를 구현해내는 것이 내가 하던 일이었다.
일을 하면서는 눈 앞에 주어진 문제를 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접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문제 정의는 우리 앞에 펼쳐진 시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해야 하는지 맥락 속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내가 아무리 기능을 기깔나게 뽑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개발 기간이 오래 걸려서 유저들의 시선을 끌 타이밍을 놓치면 회사 입장에서는 말짱 꽝이다. 그렇다고 눈 앞에 있는 일들을 고민 없이 막 쳐내기만 하면 기술 부채가 너무 빠른 속도로 쌓여서 정작 시스템 확장이 불가피한 상황에 각종 치명적인 버그들이 튀어나오면서 유저들의 새로운 니즈를 맞추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유저들이 더 빠른, 높은 성능의 서비스를 원한다고 해서 성능은 확실하지만 대신 조금 마이너한 기술을 도입하면 같이 일 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고 자료 검색도 힘들어지는데, 이는 자칫 잘못 하면 개발 팀에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업무 로드를 걸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업무 로드는 개발팀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이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 등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이어져 결국 회사의 성장을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 그동안 얼만큼의 문제를 정의하고, 풀고, 바뀐 상황에 맞춰 문제를 다시 정의했는지 모르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업무가 쉽지는 않았지만 꽤 재미있었다.
제너레잇에서의 4년은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는 길들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더듬더듬 찾아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흥미롭던, 힘들던, 놀랍던 시간들을 제너레잇을 통해 만난 여러 인연들과 함께 헤쳐나갈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