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의 역사 - 도면 요소의 표준화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건축가와 엔지니어의 역할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건축 기술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화가 이루어지며 더 이상 건축가가 모든 역할을 책임지지 않게 된 것이다. 건축가는 주로 공간 계획과 미적인 영역을 담당하게 되었고, 엔지니어는 구조 계산을 비롯한 기술적인 영역을 책임지게 되었다.
이러한 전문가 집단의 분화는 도면의 법적 지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건축 도면은 단순한 설계 참고 자료를 넘어서서 계약 문서로서의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도면의 정확성과 완성도에 대한 요구사항이 크게 높아졌으며, 도면 작성에 대한 표준화된 규칙과 관례가 필요하게 되었다.
근대적 건축 교육 시스템의 확립은 도면 표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프랑스의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 독일의 폴리테크닉 학교들, 미국의 웨스트포인트 군사학교 등을 통하여 체계적인 건축 도면 교육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교육 기관들에서 도면 작성의 기본 원칙, 표기법, 그리고 표현 기법에 대한 표준화된 커리큘럼이 개발되었다.
특히 에콜 데 보자르의 교육 시스템은 전 세계 건축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학교에서 개발된 도면 작성 방법론과 표현 기법은 국제적으로 확산되었으며, 현대 건축 도면의 기본 체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종이의 규격도 표준화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도면의 호환성과 관리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19세기 후반에는 시공을 위한 실무 도면과 프레젠테이션용 도면이 명확히 분리되기 시작했다. 실무 도면은 정확한 치수와 구조적 정보를 담아 시공 과정에서 직접 활용되는 문서로 발전했고, 프레젠테이션 도면은 설계 의도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특화되었다. 이러한 기능적 분화는 각각의 도면 유형에 적합한 표현 기법과 제작 방식의 발전을 촉진했다.